주말 저녁 아이 잇몸이 찢어져 응급실 다녀온 이야기.
일요일 저녁, 밥 먹을 준비를 다 하고 다같이 밥을 먹으려다 아이가 어른 식탁 의자에서 식탁 쪽으로 넘어졌다. 문제는 넘어지며 잇몸을 식탁 모서리에 찍은 것. 앞니 윗부분 잇몸이 찢어져 피가 났고, 모두가 혼비백산한 상태에서 응급실을 갈까말까 고민했다. 하필 일요일 저녁이네. 하룻밤만 있다가 일반 치과에 가야하나?
아이 잇몸이 다쳤다면?
신랑이 아이를 달래는 동안 나는 인터넷 검색을 했고, 생각보다 이런 경우가 많다는 것에 놀랐다. 하아….. 그리고 이런 저런 경험담을 읽은 뒤 내용을 정리해보니 다음과 같았다.
1. 아이 잇몸이 다쳤을 때 많은 경우 자연 치유되니 병원에 가도 아무것도 안 하고 지켜보자고 할 수도 있다.
2. 하지만 심하게 다쳤을 경우에는 봉합수술을 해야할 수도 있다.
3. 잇몸 외에 치아에 영향이 있는 지 확인할 필요도 있다.
4. 만약 상태가 심각하다면 곧 수술을 해야할 수도 있으니 다친 후부터 음식 섭취를 금지해야 한다.
아이를 달래는 동안 다행히 출혈이 멈췄고, 육안으로 보기에 당장 이빨이 흔들리지 않았다. 잇몸이 찢어지며 피가 난 상황인 것 같아 응급실 안 가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잇몸 찢어진 부위 외에도 잇몸이 살짝 파인 것 같기도 했는데 전문가가 아니니 판단이 어려웠다. 상처가 심할 경우 봉합수술을 빨리 해야 한다고 하니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될 것 같았다.
결론은, 이러나 저러나 우리가 아닌 전문가가 판단할 부분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장 의사를 만나러 가자. 물 포함 아무것도 먹이지 않은 채 응급실로 향했다.
– 우선 지혈부터 하고, 상처부위를 정확히 파악하자.

치과 or 응급실
응급실에 갔다가 하염없이 대기하며 고생만 할 수도 있어 우선은 주변 주말 야간에 여는 치과를 찾아봤다. 목동에 주말 야간 치과가 있었는데 전화해서 상황 설명을 했더니…. 당장 의사가 큰 수술에 들어가 빠른 진료가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선택지가 없었다.
응급실로 가자. 내일이 올 때 까지 집에서 기다리는 것 보다 차라리 병원에서 기다리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집에 있었으면 분명 불안해하며 밤새 인터넷 검색을 했을거다.
(평일이었다면 아마 바로 가까운 치과에 갔을 것 같다.)
다행히 집 주변에 고대구로 응급실이 있어서 곧장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에 갔다가 한참을 대기할 수도 있기에 내일까지 집 못 돌아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초스피드로 외출가방을 싸왔다.
그런데 이게 웬걸? 우리가 도착한 당시에는 응급 환자가 많이 없었는지, 응급실 입장 후 진료하고 영상찍고 처방 받는데 까지 30분 걸렸다. 처방 약 기다리느라 10분정도 더 기다리고 수납하고 나오니 총 45분 정도 걸린 듯. 정말 운이 좋았다!

아이 잇몸 찢어짐 : 응급실 진료 내용
응급의학과 교수가 먼저 확인해 주었다. 아이 잇몸 상태를 확인하더니 엑스레이를 찍고, 치과 진료를 연계하기로 했다. 보통 잇몸이나 입술은 봉합을 잘 안하는데 생각보다 상처가 깊어서 확인을 더 해보자고… 혹시나 수술하게 될까봐 너무 긴장했다.
곧바로 영상의학과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왔다.
조금 대기하니 치과 전공의가 와서 다시 확인했는데 다행히 상처가 심하지 않다고 했다. 엑스레이로 봐도 심하지 않다고. 다만 상처가 났으니 항생제와 진통제를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아이들은 워낙 회복속도가 빨라, 금방 아물 거라고….. 다행이었다. 다만 앞으로도 영유아 치과 검진 시 앞니 상태를 잘 확인하라고 했다. 유치에 손상이 생길 경우 영구치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 소독 등 다른 처치는 안함.
– 항생제, 진통제 처방 및 집에서 수돗물이나 생리식염수 등으로 가글 잘 해 주라고 함.
– 음식 먹기, 양치 하기 가능하다고.
– 바르는 연고에 대한 언급도 없었음.
잇몸 / 입술 / 상순소대 찢어짐 구분
아이가 넘어져서 입 부분을 다쳤을 때, 다친 부위가 어디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잇몸이 찢어져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잇몸 상순소대’ 와 관련된 글이 많이 나오더라. 상순소대(Upper labial frenum)란 윗 입술과 앞니 사이에 위치한 얇고 윤곽이 있는 조직이다. 앞니 위쪽 잇몸에서 입술로 연결되는 길다란 부분인데, 넘어지며 이 부분이 파열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많은 경우 수술하지 않고 자연 치유 되기를 기다린다고… 하지만 이 역시 다른 부분과 같이 다쳤거나, 상태가 위중한 경우에는 다른 조치가 필요할 수 있으니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게 좋겠다.
응급실 갈 때 필요한 준비물
응급실 내 온도가 어떨 지 모르니 대기 중 춥지 않게 옷을 잘 챙겨입고 가자!
보통 응급실에 가게 된다면 정신없는 상태에서 가겠지만.. 만약 우리처럼 급박하게 간 상황이 아니라면 아이가 진료 대기 중 볼 수 있는 영상매체를 챙겨갈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외출 가방에 항상 아이 전용 패드를 넣어두고 다녀서 그대로 들고 나갔는데, 진료 대기 중 아이가 유튜브를 계속 보며 기다렸다.
더불어 충전기도.. 얼마나 대기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지면 고통이다. 보통 응급실에 보호자 1인만 상주할 수 있어 다른 보호자는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서로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휴대폰은 풀 충전 상태로 유지해두자… 예전 응급실 방문때는 내가 아이와 함께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밖에서 연락을 기다리는 입장이 되니 기다리는 것도 정말 힘들더라. 만일 둘 중 하나 폰이 꺼졌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
아기가 어렸던 코로나 시국에 다른 이슈로 응급실에 갔다가 갑자기 입원하게 되었던 경험도 있다. 그 때도 가방에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들고 갔었네. 만약 아기를 데리고 간다면 평소 아이가 먹는 분유나 우유도 소량 챙겨가자. 여러 검사를 하게 되면 금식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금식이 풀리고 대기하는 경우에 먹여야 할 수도 있으니. 편의점 가도 없는 제품일 경우엔….!
상처가 잘 아물고 나면 회복 상태를 기록한 회복기를 가지고 와야겠다.
우리 어린이들 제발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생활하길…..
3 thoughts on “아이 잇몸 찢어짐 응급실 다녀온 이야기 (+식탁 모서리, 고대구로 응급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