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도 엄마표 영어를 시작했다. 모국어 수준이 어느정도 완성 되면 영어에 노출시키겠다던 우리의 애초 계획대로, 말을 겁나게 잘하는 따님의 수준에 맞게 엄마표 영어로 자연스럽게 다가가는게 1차 목표이다. 엄마표 영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가 고민한 여러 내용들을 정리해 보았다.
엄마표 영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 : 엄마의 끈기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엄마표 영어와 관련된 여러 책을 읽어보았다. 다양한 배경, 경력, 상황을 지닌 엄마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낸 책들이었다. 책에서 주로 이야기하는 포인트는 조금씩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된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엄마의 끈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
아무리 노력해도 변화가 없는 것 같을 때, 이 방법이 아닌가 싶을 때 잠시 쉬어갈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는 엄마의 끈기가 성공의 열쇠인 듯 했다. 실제로 여러 저자들이 말하기를 함께 엄마표 영어를 시작한 지인 중 대부분이 금방 포기했고, 끝까지 해나가는 사람 중 하나가 본인들이었다고 한다.
무조건 엄마가 꾸준히 해줘야 아이가 영어를 잘 할 수 있어!도 아니고, 아이가 영어를 못 하는 이유는 엄마가 꾸준히 도와주지 않아서야!도 아니니, 단지 엄마가 ‘꾸준히’ 아이에게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좋겠다.
엄마표 영어 교육을 하려는 이유?
아이의 외국어 교육 시기를 정하는 것은 각자의 배경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한국어를 주로 사용하는 한국인 부모와 한국에서 거주하는 우리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우리 부부는 애초에 아이가 모국어인 <한국어 능력이 충분히 발달했을 때> 외국어에 노출시켜주려고 계획했다. 24시간 내내 아이에게 영어를 노출시켜 줄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에 모국어 발달 이전에 외국어에 노출시키면 모국어 발달에 방해가 되어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생기진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이것 또한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양하니 부모가 취사선택 하면 된다.)
오.. 이정도면 이제 영어 알려줘도 되겠는데? 싶을때 쯤 이미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아이가 영어 영상을 보기 시작했고, 어린이집에서 영어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가 외부에서 영어를 접하기 시작하자 엄마인 내 마음도 왜인지? 급해졌다. 여전히 신랑은 더 늦게 시작해도 괜찮아~~ 라는 입장이었지만 K-엄마인 나는 더 이상 참을수가 없었고 얼마 전 신랑에게 “엄마표 영어를 시작한다!”고 공표했다.
영어 유치원이나, 영어 학원, 학습지 등 사교육이 아닌 왜 엄마표 영어를 선택했냐면?
만 3세인 아이에게 영어 ‘학습’을 시키고 싶지 않다. 아이가 이미 영어를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어 학습으로 접근하여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다.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어린이집에서 일주일에 두 번 하는 영어 수업도 ‘공부’라고 우리에게 말하는 아이다.
2n년을 혹독하게(?) 외국어 공부를 해 온 엄빠 입장에서, 최대한 편안한 환경에서 아이가 즐거워하는 것들로만 영어 노출을 시켜주고 싶다. 말랑말랑한 두뇌를 가진 꼬맹이에게 연필 쥐고 머리 싸매며 문제지를 푸는 경험을 최대한 늦게 시켜주고 싶다.
엄마표 영어의 목표 설정
무슨 일이든 목표 설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영어 유치원 입학 테스트? 영어 레벨 테스트? 아니 우리는 그런 거창한 목표 보다는 그저 영어를 어려워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의사소통 하는 수준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려 한다. 구사하는 언어 수준이 유아 수준이냐 초등학생 수준이냐는 나중 문제고, 영어라는 외국어 자체를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싶다. 유아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더라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감이 넘친다면 얼마든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된 것이니.
우리만의 중요한 원칙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신랑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접근할 것인지 고민해보았다. 그리고 우리만의 엄마표 영어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원칙을 정했다.
“절대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기”
아이가 영어를 외국어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의 거부감을 최소화 하기 위해 절대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우리의 공통된 생각이다. 자연스럽게 영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몰라도, 엄마 욕심으로 갑자기 영어로 질문하며 훅~ 들어가는 등 아이가 부담스러워 할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아이와 즐겁게 영어로 이야기 하다가도 아이가 갑자기 “이제 한국어로 말해줘”라고 말하면 그 때 부터는 절대 영어로 말하지 않는다.
엄마의 영어 실력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많은 사람들이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며 가장 고민하는 것이 엄마의 영어 실력이라고 한다. 내 영어가 이정도인데,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고민. 나름 나 영어 잘한다며 자신있게 살아왔으나 네이티브가 아닌 이상 나도 결국 같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엄마의 영어 실력이 필요할 수도,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엄마가 영어에 자신이 없다면 영어 노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 만으로도 엄마표 영어를 시작할 수 있다. 요즘처럼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이를 충분히 활용하면 되니까.
아이의 실력이 점점 높아져 어느 순간 내 영어 구사 실력을 뛰어넘게 된다면? 그 땐 엄마표 영어 졸업이 아닐까? 그 떈 사교육 시장으로 진출해야겠다. (사실 아니다. 아이와 함께 나도 발전할거니까. 내가 더 잘할거야……ㅋㅋㅋ)
우리 아이의 수준, 관심사를 고려해 접근하기
우리는 주로 다음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해 엄마표 영어를 시작했다.
-영어 콘텐츠 소비 (영상, 음원 등 종류 무관)
-일상 속 반복되는 상황에서의 영어 노출
(1) 영어 콘텐츠 소비
엄마표 영어 관련 책들을 보면 특정 영어 노래 CD, 영어 애니메이션 DVD 등을 추천한다. 하지만 언제나 진리의 애 바이 애 이므로 우리 아이에게 맞는 콘텐츠를 찾는 게 중요하다. 수준과 관심사를 고려해 유튜브에서 몇 가지 콘텐츠를 추려냈다.
우리 아이의 경우 유튜브에서 한국어 버전이 있는 콘텐츠의 경우, (당연하게도) 한국어 버전을 보고싶어 했다. 그래서 한국어 버전이 있는 경우 아이가 접하기 전에 한국어 버전을 먼저 숨겨버려야 한다. 아예 영어 버전으로만 되어 있는 콘텐츠의 경우에는 한국어를 찾지 않고 즐겁게 시청한다.
좋아하는 유튜브를 영어로 마음껏 보게 하고, 보고 나서 종종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중간중간 영상에서 들렸던 표현들을 사용해 나 혼자 영어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아이에게 한 두번씩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2) 일상 속 반복되는 상황에서의 영어 노출
아이와 생활하며 매일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다양한 표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같은 단어를 가지고도 오늘은 이렇게 내일은 저렇게 다양한 표현을 접하게 할 수 있으니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더더욱 귀한 시간이 되었다. 아이에게 말을 건넬 때는 최대한 간단한 문장으로 시작했다.
양치 할 때 : brush your teeth. stand up. sit down. please count one to ten.
목욕 할 때 : how is the water? is it cold? is it hot? is it okay for you? is it cold or hot?
i think this is okay for you. i like warm water. i don’t like cold water. do you like cold water?
엘리베이터 탈 때 : who wants to press the button? please press the close button.
우리집 엄마표 영어 놀이 예시
위에서 언급한 1, 2번 방법 중 2번 일상 속 반복되는 상황에서의 영어 노출 – 확장편이다.
우리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자동차 장난감 놀이. 함께 자동차를 가지고 놀다가 슬슬 시동을 건다.
나 : 오 이 자동차 색깔 진짜 이쁘다~ I like pink! 노란색도 예쁜데? I like yellow!
아이 : (관심을 갖기 시작)
나 : What color do you like?
아이 : Red~
나 : 오~~ Red? I like pink and yellow~
아이 : I like red and white.
나 : (아이가 문장을 따라한 것에 감격하며) Red and white! what is your favorite color? My favorite color is pink!
아이 : Red~
이런식으로 대화를 이어나간다.이미 유튜브로 아이가 색깔 단어를 익힌 상태였기에 가능했다. I like~ I love~ 라는 표현 역시 평소에 자주 사용했기에 아이가 거부감 없이 나와 놀아주었다. 색깔 하나만 이야기 하다가, and를 사용해보고, 아이가 따라와주면 or도 써 볼 수 있다. What color do you like? 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자연스레 다른 표현으로 확장시킨다. which color, what kind of toys 등 아이가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얼마나 더 해 볼지 판단하면 된다.
모든 건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 조절한다. 오늘따라 아이와 티키타카가 잘 된다 싶으면 나도 신나서 조잘조잘 떠들고 아이도 조잘조잘 떠들지만, 그러다가도 “이제 다른거 할래. 이제 한국말로 할래.”라고 말하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멈춰야 한다. 구사하는 문장의 속도, 수준 역시 아이에게 맞춘다. 이제 막 영어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아이에게 화려한 문장을 우다다다다 쏟아낸다면 아이가 부담감을 느끼니 최대한 아이가 이해할 만한 수준으로 말해준다.
자동차 놀이를 하며 색깔 이야기를 하고, 자동차 놀이를 하며 가족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이 차는 아빠 차, 이 차는 엄마 차, 이 차는 그럼 누굴까?
–
이제 막 시작한 우리가족 엄마표 영어! 앞으로 꾸준히 기록해보려 한다. 46개월인 지금은 내가 영어로 질문하면 주로 단어로 대답하고, 어쩌다 한 번 문장으로 대답해주는 수준이지만 내 질문을 이해하고 대답을 하는 것 만으로도 대견하다. 우리 귀염둥이의 영어 발전사를 앞으로 계속 공유할테니 많은 관심 주세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