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세 돌이 지난 우리 아이. 엄마랑 뭐 하고 놀까? 물어보면 거의 항상 “사고나기 놀이!!!!” 라고 대답한다. 자동차 두 대를 가지고 사고가 나는 역할놀이를 말하는 건데, 아무리 새로운 장난감을 갖다 바쳐도 언제나 그녀의 선택은 자동차 역할놀이다. 이렇게 되니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대부분을 역할놀이로 채우는 셈인데…. 어떻게 하면 (부모가) 덜 지겹고,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역할놀이를 해 줄수 있을까? 이런 저런 정보를 찾아보며 정리해보았다. 역할놀이 특징, 장점, 그리고 부모가 주의해야 할 점!

1. 우리아이 역할놀이 발전사
돌 이후 아이가 물티슈로 바닥을 닦는 흉내를 내거나, 로션을 바르는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두 돌 쯤 아이가 자동차 두 대로 서로 인사하는 역할놀이를 시작했다. “안녕 난 라니야, 안녕 난 토토야.” 이 때는 어린이집을 다니기 전, 집에서 가정보육을 하던 때라 어떻게 역할놀이를 시작하게 된 건지 신기하기만 했다. 아마도 엄마 아빠 할머니랑 노는 과정에서 배운 거겠지.
단순한 자기소개로 시작한 역할놀이는 세 돌이 가까워오자 조금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버전의 역할놀이로 발전했다. 참고로 우리 아이의 역할놀이는 99.9% 자동차 친구들과 진행된다.
(예시)
“엄마가 타요 해. 나는 가니 할테니까 둘이 달리다가 사고 나서 타요가 쓰러지는 거 하자.””에어가 하늘을 날고 있는데 프로펠러가 시끄러워서 못들으니까 타요가 계속 에어 부르는 거 하자.”
“사고나기 해서 구급차가 와서 병원으로 데려가는거 하자.”
“숫자블럭 친구들이 자동차 친구들을 구하러 가는거 하자.”
2. 시기별 역할놀이 특징
돌 이후 : 단순하게 어떤 한 상황을 모방하는 정도이다. 엄마가 아기에게 우유를 먹여주는 모습을 따라하며 인형에게 우유를 쥐여준다든지, 물티슈로 바닥을 닦는 흉내를 낸다.
두 돌 이후 : 이전보다 발달된 역할놀이. 단순한 한 상황이 아닌 순서나 과정을 인지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사회적 상황이나 규칙을 인지하고 있어 역할놀이에 반영된다.
3. 역할놀이의 장점
(1) 여러 상황에서 쓰이는 다양한 언어와 표현을 학습할 수 있다.
같은 역할놀이를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단어들이 점점 익숙해진다. 단어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대화 기술을 접하며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2) 아이의 경험에 맞추어 역할놀이를 함으로써 아이의 세계가 넓어진다.
미용실 놀이, 마트 놀이, 카페 놀이, 병원 놀이, 세차 놀이 등 아이가 경험해 본 다양한 상황에 맞추어 역할놀이를 진행할 수 있다. 우리 아이는 항상 자동차로 병원 놀이, 세차 놀이, 정비 놀이… 등을 하는데 앞으로는 미용실, 마트, 카페놀이도 함께 해 볼까 한다. (물론 자동차로 하겠지…)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한 아이일수록 수행할 수 있는 역할놀이의 종류가 다양해진다. 이 생각을 하고 나니 아이에게 더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아무리 다른 역할놀이를 하려고 해도 아이가 완강하게 ‘사고나기 놀이’를 하자고 해 다른 역할놀이를 진행하지 못하는데….. 사고나기 놀이에 대한 열정이 조금 사그라들 때 쯤, 다양한 역할놀이를 시도해봐야겠다.
(3) 사회성이 발달된다.
역할놀이를 하며 상대방과 대화를 주고 받다 보면 타인의 생각과 의도를 파악하여 대답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아이의 사회성이 발달될 수 밖에 없다. 우리집에서는 역할놀이가 이렇게 진행된다.
*자동차 두 대가 마주보며 달려오다 부딪히는 상황. 아이가 먼저 이렇게 말한다.
아이: “타요야 미안해~ 내가 너무 빨리 달렸어.”
부모: “아니야~ 나도 빨리 달려서 부딪혔어.”
아이: “그럼 우리 이제부터는 천천히 달리자~~???”
*자동차 한 대가 공을 가지고 놀고 있는데, 다른 자동차가 와서 공을 빼앗아 간다.
(아이가 뺏어가는 역할을 함)
부모: “너 뭐야~!!! 왜 내가 갖고 놀고있는데 뺏어가는거야?!?!?”
아이: “아 내가 너무 가지고 놀고 싶어서 그랬어 미안해.”
부모: “그럼 나한테 말을 먼저 해야지 왜 뺏어가는데!!” (이 대목에서 진심으로 화를 내야한다.)
아이: “(공을 돌려주며) 미안해 앞으로는 먼저 말할게.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4) 아이의 정서를 표현하고, 불안한 감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역할놀이가 아이가 특정 상황에서 가지고 있는 불안한 감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병원놀이를 하며 아이가 의사선생님이 된다면, 주사를 무서워하는 환자에게 “하나도 안아파요~~”라고 스스로 말 하게 된다. 혹은 약을 먹기 싫어하는 환자에게 “이 약을 먹어야 얼른 나아요~~” 등의 FM 멘트를 본인이 직접 하게 된다. (부모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말 하는걸 보면 아이들도 어떤게 맞는 건지는 다 알고 있나보다 ㅋㅋㅋㅋ)
이러한 과정을 여러번 반복하다 보면, 본인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을 조금씩 해소할 수 있다. 또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욕구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타요에 나오는 정비사 하나누나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는 정비소 놀이를 하면서 본인이 정비사가 되어 자동차를 고친다. 당장 정비사가 될 수 없는(?) 아이가 이렇게 간접적으로 정비사가 되어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4. 아이의 역할놀이에 참여하는 부모의 자세
(1) 가장 중요한 것! 역할놀이 중 아이의 행동에 대해 지적 금지. 언제나 ‘아이의 역할놀이’에 초대된 상황이라 생각하고(가끔은 초대 받고 싶지 않은데…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아이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좋다. 크게 문제가 될 상황이 아니라면 아이가 의도하는 대로 내버려 두자.
(2) 재미있게 반응해주며 놀아주자. 똑같은 역할 놀이를 수백 번 하다 보면 지겹고 지루할 때도 분명 있다. 그래도 그 때마다 새로운 역할극이라 생각하고 여러 변화를 줘 가며 반응하면 아이가 더 신나하는 모습이 보인다. 대사의 변화, 상황의 변화, 역할의 변화를 통해 아이가 늘 즐거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
(3) 다양한 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아이의 세계가 넓어질 수록 역할놀이의 폭도 다양해진다. 또한 어떤 특정 환경에서도 다양한 상황을 설정하여 아이가 간접적으로 이 사회를 경험할 수 있도록 신경써주자. 매일 매일 부모와 새로운 곳으로 직접 다니지 못하더라도, 집 안에서 하는 역할놀이로도 얼마든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4) 이것도 한 때 뿐이라는 것. 아이가 조금만 더 크고 나면 부모와 노는 것 보다 친구와 노는 것을 더 즐거워 할 것이다. 언젠가는 이 순간이 그리워질거라는 생각으로 언제나 아이와 있는 시간을 귀하게 여기자.
*참고한 자료들*
1.아이와 연령별 역할놀이 잘 하는 팁 | 차이의 놀이 (chaisplay.com)
2.아이와 역할놀이 잘 하는 방법 (아육톡-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