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세 돌이 되는 우리 아이. 잠이 없는 편이라 그동안 엄마 아빠를 고통스럽게 하다가 1000일을 기점으로 수면 패턴이 확 달라졌다. 밤 11시-12시에 자던 아이가 갑자기 9-10시에 자기 시작했고, 동시에 엄마 아빠에게 저녁이 있는 삶이 찾아왔다. 물론 일찍 잠 든 만큼 당연히 기상 시간은 당겨졌지만 언제나 ‘일찍 자는 습관’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우리에겐 꽤 만족스러운 변화였다. 밤 10시~새벽 2시 사이에 성장호르몬이 나온다니까….
한 달 정도 저녁 있는 삶이 지속되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다시 예전의 수면 패턴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10시.. 11시.. 12시.. 우리가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갑자기 일찍 자더니.. 다시 특별히 한 것 없는데 늦게 잠들기 시작한다. 그 사이에 아이의 생활에도 변화가 크게 없었다. 매일 매일 어린이집 다녀오는 일과도 똑같았는데 도대체 무엇이 아이를 달라지게 만든걸까? 아이가 일찍 잠든 한 달간 새나라의 어린이+부모 모드를 경험하다가 다시 늦잠 자는 아기로 돌아온 후, ‘원래대로 돌아왔구나’라고 생각하며 겸허하게 받아들이려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다가온 또 하나의 난관… 아이가 매일 새벽마다 깨서 우유를 찾는다…. 이거 어쩌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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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찍 잠들기 시작 (생후 1000일 기점, 약 한달간 지속)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24개월 초반에만 잠깐 일찍 잠들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서 항상 11-12시 사이에 잠들었다.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한 번 자긴 해도 주변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일찍 잠드는 걸 봐서는 아이 기질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기대도 안하던 1000일 이후… 정확히는 1000일 기념 여행을 다녀온 이후 아이가 갑자기 8-10시 사이에 잠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특별히 노력한 것은 없었고 아이의 생활 패턴에도 큰 변화가 없었는데 갑자기 일찍 자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일찍 잠든 만큼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도 했지만 항상 일찍 재우고 싶었던 우리에게는 너무나 행복한 변화였다. (가끔 새벽에 일어나서 우유를 찾기도 했다. 이 때는 단순히 ‘일찍 잠들었으니까 깬 것’일거라 생각했다.)
2.다시 조금씩 늦게 잠들기 시작
바른생활 어린이가 된 지 한달 정도 지났을 무렵.. 조금씩 다시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설마 다시 돌아가겠어? 마음 한구석에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잠깐.. 아주 잠깐 일시적으로 늦게 잠드는 것일거라 정신승리하며 지켜봤다. 한 달간의 행복한 생활도 끝. 다시 11시-12시에 잠드는 어린이가 되었다.
3.원래대로 늦게 잠들고 + 새벽에 깨기 시작
천일의 기적을 잠깐 맛본 후 다시 저녁 없는 삶으로 돌아온 우리는… 더 큰 난관에 봉착했다. 천일의 기적 이전에는 대부분 통잠을 자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새벽 4-5시쯤 꼭 깬다. 그리고 우유를 찾은 뒤 한참을 뒤척거리다가 잠든다. 게다가 “엄마/아빠 여기 와요~ 나랑 같이 자요!” 라고 외치기까지… 새벽에 깨서 뒤척이다가 다시 잠들고 나서는 쭉 자는데 어린이집을 가려고 깨우면 “더 잘래~~~” 하며 침대에서 일어나지를 않는다. 악순환의 악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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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때부터 수면 습관으로 고통받은 지 오래이다 보니 이제는 그러려니..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지나가겠지..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실제로 3년 간 육아하며 경험한 많은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 문제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우리에게 있다. 새벽에 자꾸 깨서 아이 시중을 들고 재우느라 고생하다 보니 아침이 되면 둘 다 좀비모드가 된다는 것. 아이야… 엄빠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감히 바라지도 않을테니 제발 다시 통잠 자 줄래….?